손목터널증후군, 손끝에 전해지는 그 묵직한 불편함
손목터널증후군, 손끝에 전해지는 그 묵직한 불편함
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 CTS)은 우리 손목 속에 있는 ‘손목터널’이라는 좁은 통로를 지나는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신경압박 질환이다. 평소에는 우리가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손목과 손가락이, 어느 순간부터 저리고 아프며 힘이 빠지고, 나아가서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동작조차 힘들게 만든다. 이게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의 무서운 점이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다. 컴퓨터 자판을 오래 두드리거나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어 올리거나 손목에 부담을 주는 작업을 지속할 때 손목터널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중신경이 눌린다. 특히 직업적으로 손을 많이 쓰는 사무직, 공장 노동자, 미용사, 음악가 등에서 흔하다.
또한,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주변 조직의 부종이나 염증으로 인해 터널 공간이 좁아지면서도 발생한다. 임신,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만성 질환도 손목터널증후군 위험을 높인다. 여성에게 더 흔한데, 이는 손목터널이 남성보다 좁고, 호르몬 변화에 의해 조직이 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상은 처음에는 손가락 끝이 저리거나 따끔거리는 감각 이상에서 시작된다. 특히 새벽이나 아침에 심하고, 손을 털면 잠시 완화되기도 한다. 점차 증상이 심해지면 손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느껴지고, 물건을 잡는 힘이 약해진다. 심한 경우 엄지손가락과 첫 두 손가락의 근육이 위축돼 세밀한 동작이 어려워진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신체검사, 그리고 신경전도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신경전도검사는 눌린 신경의 기능 저하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치료 방향 결정에 중요하다.
치료는 증상의 심각도와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손목을 쉬게 하고,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자세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 보호대 착용이나 보조기를 사용해 손목 움직임을 제한해 신경 압박을 줄인다. 또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염증과 통증을 완화한다. 물리치료와 스트레칭, 신경을 눌러주는 주변 조직을 풀어주는 치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신경 손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손목터널을 둘러싼 인대를 절개해 압박을 풀어주는 ‘손목터널 감압술’이 대표적이다. 수술 후에는 재활운동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며, 대부분의 환자가 통증과 저림에서 해방된다.
예방은 손목을 보호하고 올바른 사용 습관을 만드는 데 있다. 컴퓨터 작업 시 손목을 과도하게 굽히거나 펴지 않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손목을 쉬게 하며 스트레칭을 한다. 키보드와 마우스 높이를 조절해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고,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체중 조절과 만성질환 관리로 손목 주변 조직의 염증 위험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무심코 넘기기 쉬운 불편함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질환이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저림과 통증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우리 몸이 보내는 구조적 경고일 수 있다. 그러니 작은 증상이라도 지나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도 무심코 손목을 쓰다가 느끼는 그 묵직한 불편함에 귀 기울여 보자. 작은 습관의 변화가 손목 건강을 지키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삶의 기쁨을 유지하는 길임을 기억하자. 건강한 손목으로 우리 삶이 더욱 부드럽고 자유로워지길 바란다.